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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에서 식욕촉진 약물요법

고령자에서 식욕촉진 약물요법

내과의 ・ 3시간 전
발췌 원문 : J Korean Med Assoc 2015 November; 58(11): 1027-1033
고령자에서 나타나는 특유 증상들을 노인증후군(geriatric syndrome)이라고 한다. 이는 노화에 의해 신체 내 다양한 기관의 손상이 누적됨에 따라 외부 환경의 변화에 취약하게 되어 나타나며, 특히 허약한 상태에서 질병에 걸렸을 때 잘 나타난다. 여기에는 섬망, 낙상, 요실금, 식욕 부진과 체중 감소 등이 흔히 나타난다.
고령자에서 식이 섭취량은 신체활동과 대사율이 감소함에 따라 같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노화성 생리적 식욕부진’이라고 하며, 중추신경계 내 식욕과 관련된 dynorphin이라는 아편양 펩타이드의 감소에 의한 식욕저하, 소화기관내 호르몬인 cholecystokinin의 항진작용, 산화질소 작용의 감소 등에 따른 조기 포만감 등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러한 노화생리식욕부진 경향은 신체적, 정신적 질병 발생에 의해 급속하게 악화되어 병적 식욕부진과 체중 감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에서 영양섭취 부족 비율이 15.8%로 일반 성인의 2배 이상이며, 노인클리닉을 방문한 65세 이상 환자가 호소하는 주증상으로 전신 쇠약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식욕부진에 의한 영양불량은 근감소증과 활동량 감소로 이어지면서 허약(노쇠)이 발생하고, 결국 질병 발생과 사망률이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고령 환자의 식욕부진 문제는 일상적으로 확인하고 평가하여야 하며, 간이 영양평가(Mini-Nutritional Assessment)같은 선별도구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령자의 식욕부진에는 다양한 요인이 관여하므로 각종 질병 이외에 사회적, 심리적 문제까지 포괄적 평가가 필요한데, 예를 들면 우울증은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우선 고려되어야 하고, 암이나 류마티스성 질환 등과 같이 신체 내 싸이토카인 증가 질환들이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식욕부진의 치료는, 기존 질병의 악화나 새로운 질환의 발생을 확인하여 원인 치료를 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만약 특정 원인을 찾아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질병과 추가적인 노쇠의 예방을 위해 적극적인 대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열량 보충제나 보조식품을 투여할 수도 있고, 심한 경우 경관 식이요법이나 혈관을 통한 영양주사 등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만약 이러한 방법들이 별 효과를 보이지 못한다면, 식욕 촉진을 위한 다양한 약제의 투여를 고려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고령자의 식욕부진에서 활용 가능한 식욕증진제에 대해 살펴본다.
식욕 촉진을 위해 사용가능한 약물들
가장 오래 사용되고 현재까지도 이용되고 있는 식욕촉진제는 항히스타민제로 사용되던 cyproheptadine 제제이다. 그러나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흔히 사용되고 있는 약제는 megestrol과 dronabinol (국내 없음) 제제라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동화작용성 호르몬제제나 성장호르몬, thalidomide, eicosapentanoic acid (EPA), 일부 항우울제 등이 있다. 비교적 흔히 사용되면서 무작위임상시험연구(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 결과가 있는 식욕촉진제들은 아래표와 같다.
※ 여러 식욕촉진제(orexigenic agents)의 무작위 대조 연구 결과
약물
질환 또는 상태
식욕 증가
체중 증가
Corticosteroids
암, AIDS
아니오
Cyproheptadine
아니오
Cannabinoids (dronabinol)
암, AIDS
아니오
장기 요양(LTC)에서 체중 감소
-
Thalidomide
AIDS
-
유전자재조합 인간성장인자
ADIS, LTC에서 체중 감소
-
Eisosapentaenoic acid
Megestrol acetate
암, 혈액투석, LTC에서 체중 감소
AIDS
-
약자 : AIDS, acquired immunodeficiency syndrome ; LTC, long-term care. (Am J Geriatr Pharmacother 2011;9:97)
1. Cyproheptadine hydrochloride (트레스탄)
Cyproheptadine은 항히스타민 효과와 세로토닌 길항 효과를 가진 약제이다. 분명한 기전은 알 수 없으나 부차적인 효능으로 식욕 증가 효과가 있어서 식욕촉진제로 자주 활용된다. 식욕부진과 체중감소를 가진 천식이나 HIV 감염자, 거식증, 결핵, 암환자 등을 대상으로 시행된 소규모의 단기간 연구들에서 식욕항진과 일부 체중 증가 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
노인을 대상으로 시행된 2개의 RCT 연구가 있는데, 60세 이상 진행성 암환자(n=295) 대상의 연구에서 유의한 정도는 아니지만 체중 감소의 지연효과를 보였고, 65세 이상 영양불량 고령자(n=97) 대상의 연구에서는 식욕항진과 함께 평균 3 kg의 체중증가 효과를 보였다.
RCT 연구에서 투여된 용량은 8 mg씩 하루 3회, 1~3개월간 복용하였고, 부작용으로는 진정 및 어지럼증이 있고, 섬망 증상 발생도 일부 보고되었다. 그러나 고령자에서 주의할 약품목록을 제시한 Beers’ criteria에서 고령자에게 부적절한 약품에 해당하며, 우리나라에서도 노인 투여 금기로 지정되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2. Megestrol acetate (메게이트)
Megestrol은 황체호르몬 계열로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식욕촉진제로, 처음에는 자궁암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었으나 식욕증가와 체중증가가 확인되어 활용하고 있다. 명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중추신경계에서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를 유도하고 염증유발 사이토카인을 억제함에 따른 효과로 추정되고 있다.
Megestrol이나 medroxyprogesteron 같은 황체호르몬 약제들의 식욕항진 효과에 대한 RCT 연구 29개를 메타분석한 결과, 분명한 식욕증가 및 체중증가 효과가 입증되었다. 주로 식욕부진을 동반한 암환자에 대한 연구가 가장 많았으며, HIV 감염자, 낭성 섬유증, 요양원 거주자, 영양불량 상태의 인공투석 환자에서 효과가 있었으며, 특히 AIDS 환자나 암 환자에서 그 효과가 두드러진다.
말기 암환자나 고령의 악액질 환자들은 interleukin-6 같은 사이토카인이 증가된 경우가 많은데, megestrol이 이런 사이토카인을 억제하여 삶의 질 지표가 향상되는 경향을 보였다. 따라서 megestrol은 고령자의 식욕부진 치료에 유용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특히 암, AIDS, 반복적 감염, 욕창, 통증 등과 같이 사이토카인 과다분비 상황에서 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치료 용량은 하루 80~800 mg 범위로 다양한데, 주로 kg당 10 mg 정도의 용량을 한번 복용한다. 부작용의 발생을 고려하여 12주 이상 장기복용은 권장되지 않는다. 부작용 발생 빈도는 비교적 낮고, 체액 저류, 홍조, 성기능 저하 등 심각하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와상 상태의 환자에게 장기투여한다면 심부 정맥 혈전증이나 부신 기능 저하, 일부 사망의 위험도 보고된 바 있다.
미국 식품의약처에서는 식욕부진과 체중감소가 있는 AIDS 환자에게 megestrol을 투여할 수 있다고 허가하였으나 그 외의 목적으로는 허가사항이 없으며, Beers’ criteria에서도 체중증가 효과가 분명하지 않으며 혈전발생과 사망의 위험성을 고려하여 고령자 투여 부적절 약물로 제시하고 있다.
미국노인병학회에서도 노인 식욕부진이나 악액질을 호전시키기 위한 목적의 megestrol 투여는 부작용 대비 생존율 증가나 체중증가 및 삶의 질 향상의 장기적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처방을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3. Dronabinol (Marinol)
합성 마리화나 성분인 dronabinol은 과거 식욕촉진제로 사용되던 대마에 착안하여 개발된 약제로서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다. AIDS 환자와 암환자에게 투여하여 식욕증가 효과가 있었다는 보고가 있으며, 항구토, 통증완화, 기분호전의 효과가 같이 있기 때문에 말기 환자에게 유용한 약제로 평가되고 있다.
치매노인 대상의 소규모 이중맹검연구에서 유의한 체중증가와 초조증상 감소효과가 보고되었다. 투여 용량은 초기에 하루 2.5 mg으로 시작하여 서서히 용량을 올리도록 하며, 식욕증진 효과는 2-4주에 걸쳐 나타난다. 부작용으로는 섬망, 복통, 구역 증상이 생길 수 있고, 용량이 많아지면 운동실조를 유발할 수 있다.
4. 항우울제
노년기 식욕부진과 체중감소의 가장 큰 심리적 요인은 우울증이다. 따라서 항우울제 투여는 노년기 기분 호전과 식욕증가 및 체중증가에 기여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 일부 약제가 더 식욕촉진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 가장 대표적인 약제가 노르아드레날린 길항과 세로토닌 항진 효과를 가진 mirtazapine이다.
Mirtazapin (멀타핀)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 작용을 하는 다른 항우울제보다 식욕과 체중을 늘리는 효과가 크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식욕부진과 체중감소가 동반되는 노년기 우울증에는 mirtazapine의 투여가 강력 추천된다. 부작용으로는 진정, 어지럼증, 기립성 저혈압 등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취침전 복용을 원칙으로 한다.
노화에 따라 위장관 운동성이 약화되면서 조기 포만감과 그에 따른 식욕부진 위험이 높아지므로, 위배출 속도를 높이는 약제의 사용은 타당하다. 위배출 능력이 가장 우수하고 거식증 환자에서 식욕증가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진 약제는 cisapride이지만, 심부정맥 발생 위험으로 시장에서 퇴출되었고 대신 mosapride가 사용되고 있다.
암환자에게 domperidone이나 metoclopramide를 투여하면 식욕부진이나 소화불량을 줄이고 체중감소를 지연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지만 체중증가 효과에 대한 증거는 없다. 이 중 metoclopramide는 추체외로 증상, 파킨슨병의 악화와 섬망 발생위험 등의 부작용 때문에 사용이 권장되지 않는다.
6. 식욕 촉진 효과는 있으나 식욕 촉진을 위하여 사용하지 않는 제제
스테로이드 제제
Medroxy-prednisolone, methyl-prednisolone, prednisolone, dexamethasone 등의 스테로이드제제의 주사 또는 경구투약에 따른 암환자(노인 포함)에 대한 식욕증진 효과를 확인한 6개의 RCT 연구결과, 위약에 비하여 모두 식욕항진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각 연구에서 투여기간은 2~8주 정도로 다양하였다.
주요 부작용으로는 섬망, 우울, 불면, 부신기능장애, 위장관 출혈 등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이러한 이유로 식욕증진을 위한 스테로이드 제제투여는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들이 제시되고 있다.
단백동화 호르몬제제
Testosterone은 노화에 따라 감소하는 대표적인 동화작용 제제이다. 남성 고령자에서 testosterone을 투여하면 근육량 증가에 의한 체중 증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식욕증가를 위한 RCT 연구는 진행된 바 없으며, 체중 증가도 주로 성선기능 저하자에서 효과가 있었고, 헤마토크릿이 증가하는 부작용 발생 위험이 높아서 식욕증진제로서 사용할 타당성은 없다.
노화에 따라 감소하는 또 다른 종류의 동화작용 호르몬은 성장호르몬과 인슐린성장인자(insulin growth factor-1, IGF-1)이다. 재조합 성장호르몬을 AIDS 환자와 영양불량이 있는 요양시설 거주 노인들에게 투여한 결과 위약 대비 체중증가 효과가 있었으나, 투여 용량이 높아야 유용하고 그만큼 부작용 발생빈도도 높은 것으로 확인되어 식욕촉진제의 목적으로는 권장되지 않는다.
약물 부작용
식욕촉진제들은 모두 어느 정도의 부작용을 유발할 위험이 있으므로, 약제 투여 시에는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 식욕촉진제의 주요 약물 부작용
약물
부작용
Cyproheptadine
진정, 현기증, 섬망
Megestrol
수분 저류, 변비, 섬망, 심부정맥 혈전증
Cannabinoids (dronabinol)
오심, 복통, 현기증, 진정, 섬망
Corticosteroids
위장관 출혈, 혈당 증가, 우울증, 부신기능저하증, 감염, 섬망
Testosterone
적혈구용적률(heamtocrit) 증가, 혈전증, 전립선 비대증
Growth hormone
수분 저류, 관절통, 혈당 증가, 손목터널증후군
결론
고령자에서 식욕부진과 체중감소는 외래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문제로서 삶의 질 감소는 물론이고 기능저하와 질병 발생, 나아가 사망 위험을 높인다. 고령자 진료 시에는 선별을 위해 영양평가가 이루져야 하며, 식욕 부진과 체중 감소에는 다양한 원인이 관여하므로 충분한 병력 청취와 진찰 및 검사가 필요하다.
원인이 밝혀지면 그에 대한 조치를 취하여 해결하고, 분명한 원인이 밝혀지 않더라도 식욕부진과 체중감소를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약물요법은 장기적으로 사용할만한 식욕촉진제가 제한적이므로, 비약물요법이 더 중요하다.
가장 우선적으로 식사습관과 환경의 변화 및 다양한 방법의 칼로리 및 단백질 보충을 시도하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경관영양요법이나 주사요법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러한 비약물요법으로 효과가 없다면 식욕촉진을 위한 약제 투여를 고려하여야 한다.
암이나 AIDS 환자가 아니라면, 단순히 고령자의 식욕부진을 해소하는 식욕촉진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된 약제는 아직 없다. 그러나 일부 약제를 이용하여 식욕의 증가와 체중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데, 대개 단기간 사용을 고려하고, 장기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는 효과와 부작용을 저울질하여 고려해야 한다.
일정 기간 투여할 수 있는 식욕촉진제로 가장 흔히 사용되는 약제는 미국에서는 megestrol과 dronabinol 제제이고, 우리나라에서는 cyproheptadine과 megestrol이다. 그 외에 환자의 질병과 상태에 따라 항우울제인 mirtazapine, 위장관운동 촉진제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